외교관과 국제기구 진출 : 글로벌 리더의 꿈을 향한 도전
제144차 KOIMA CEO 아카데미
외교관과 국제기구 진출 : 글로벌 리더의 꿈을 향한 도전
민동석
前 외교부 차관
한국장학재단 경영고문
KOIMA위원회 위원
외교관은 해외에서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고 국익을 추구하고 협상하는 일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국익을 추구하며 국가의 전망을 다루는 일을 한다. 구한말, 우리는 외교와 국제 정세를 바로 읽지 못해 나라를 빼앗긴 참담한 경험이 있고 현재도 무역으로 먹고 사는 국가로서 외교관의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공공외교, 민간의 외교활동까지 합쳐져서 총체적인 외교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고, 외교관들은 국익을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외교안보환경은 매우 안타깝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미국과 중국은 치열하게 싸우면서 우리에게 피를 말리는 선택을 강요한다.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존자원이 적고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경제 영토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이념의 틀 속에서 서로 싸우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외교로 총체적인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
왜 외교관을 꿈꾸는가?
한마디로 비단길만 골라서 걷는 외교관은 없다. 단순히 직업으로서 외교관 그 이상의 가치와 신념을 먼저 세운 다음 외교관을 지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공직 인생, 외교관을 택하면서 많은 태풍을 겪었다. 2005년 휴스턴 근무 당시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겪었고, 2006-2007년 한미 FTA 농업협상, 2008-2010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협상과 광우병 파동을 겪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고, 이를 젊은이들에게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외교관이 된 계기는 고교시절 동아리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을 만나게 되면서이다. 도산의 삶을 통해 처음으로 국가란 것이 무엇인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평생을 살며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친구들과 밤새 토론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 가슴이 이끌리던 것이 바로 외교관이었다. 외교관으로서 닮고 싶은 롤모델 한 명쯤 정해 그의 삶을 거울로 삶는 것도 미래 외교관으로 다가가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외교관의 경우 가장 롤모델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반 총장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반 총장은 비스타라는 미국 연수 프로그램에서 캐네디 대통령이 꿈을 묻자 외교관이라고 바로 말할 정도로 자신의 꿈이 확고했다. 또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며 낮은 자세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는 헌신적인 인물이다. 훌륭한 외교관이나 글로벌 리더를 꿈꾼다면 반 총장이 걸어온 길을 한번쯤 깊이 들어다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롤모델로는 이종욱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꼽을 수 있다. 지구촌 가난한 이들의 영원한 주치의 이동욱 총장은 겸손하면서도 의욕이 넘치고, 소외당하고 아픈 이들을 치유하는 봉사의 삶을 살았다.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았던 아시아의 슈바이처로서 2003년 한국인으로서 최초 국제기구 수장이 되었다.
외교관은 처음이지?
외교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분, 국가간의 관계에서 우리 영토를 지키고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국익을 위해서 일하는 국가 공무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외교관은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해내는 첩보원의 세계를 다룬 영화 ‘미션 임파서블’과 상상불가의 초능력으로 인류를 구해내는 외계 행성 출신 영웅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 ‘슈퍼맨’과 같기도 하다. 때로는 정말 수행하기 어려운 임무를 마치 초능력과 같은 열정으로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세계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외교관은 총성 없는 전장에서 총칼 없이 싸우는 군인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우리나라 외교관의 임무는 더욱 특별하다. 영토 주권 지킴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집요하게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를 넘보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에 영유권 분쟁은 있을 수 없고 독도 문제는 외교적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아니다. 분쟁은 일본의 일방적 주장이다. 일본의 전략은 어떻게든 독도를 분쟁지역화해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져가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과도한 대응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ICJ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국제적인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전략 방향은 분명하다. 분쟁지역으로 몰고 가려는 일본에게 명분과 구실을 주지 않도록 수위조절을 잘하는 것이다. 독도는 우리 고유의 영토로 그 영유권을 ICJ에서 다루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ICJ에 회부되는 최악의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 설득력 있는 국제법적 논리를 개발하고,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외교관은 재외국민 지킴이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테러는 물론 각종 사건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하는 일은 외교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동일본 대지진, 리비아 정변, 소말리아 해적의 사모주얼리호 납치 등 재외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민감한 대형 사건들이 있었다. 외교관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한시라도 방심할 수 없다.
외교관은 협상가이기도 하다. 실제로 주재국 정부와의 교섭은 외교관이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이다. 외교관은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일 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교섭한다. 이러한 현안은 우리 정책에 대한 지지 등을 다루는 정무분야는 물론 경제통상, 문화, 영사 등 거의 모든 분야를 포함한다.
외교관은 공공외교 전문가이다. 여기서 공공외교란 외국 국민, 외국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예술, 가치관과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신뢰를 얻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가 이미지와 영향력을 높이는 외교활동이다. 특히 미국 리퍼트 대사와 스티븐스 대사는 공공외교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칼로 테러를 당했음에도 SNS에 ‘괜찮습니다.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올려 우리 국민들에게 반향을 일으켰고, 스티븐스 대사는 자전거로 전국을 누비며 자신에게 적대적인 입장의 사람들과도 소통하며 미국을 알렸다.
외교관으로 살면 뭐가 다를까?
외교관은 문서와 사람의 숲에 묻혀 산다. 격조 높은 파티와 만찬을 즐기는 외교관의 화려한 면모를 물 위의 우아한 백조에 비유한다면 드러나지 않은 일상은 수면 밑에서 쉴 새 없이 발을 놀리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만큼 바쁘고 업무량이 많은 편이다.
출근하자마자 본부와 다른 공관에서 보낸 전문 읽기로 시작한다. 외교부 본부가 매일 두 차례 보내주는 한국 언론보도 내용도 읽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특히 한국과 주재국,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외교관련 동향을 파악하지 않으면 외교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아무리 바빠도 이를 꼭 챙겨야 한다. 또한 현지 언론을 모니터링하여 보고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 외교관이다. 공관 자체사업은 물론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다.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이 평소 외교관이 해야 하는 가장 큰 노력 중 하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외교관이 누리는 특권은 불가침권이다. 체포나 구금을 당하지 않지만 이것은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외교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부여한 국가의 권리이므로 개인이 포기할 수 없다. 불가침의 범위는 대사관저, 임차주택, 임시체류지까지 포함한다. 다만 그만큼의 특권을 부여하는 것일 뿐 우리나라 영토라는 개념은 잘못된 것이다. 화재와 같은 긴급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공관장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공관의 비품, 재산, 차량, 문서, 개인 소장품, 신체까지도 전부 불가침의 범위에 포함된다. 재판관할권과 과세역시 면제된다.
나도 외교관이 될 수 있을까?
외교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애국심, 충성심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이기 때문이며, 애국심은 외교관으로서 열정을 갖고 국가에 헌신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다시 말해 외교관에게 애국심이 없다는 것은 외교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념이나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을 발휘해야 한다. 정직과 신뢰도 매우 중요하다. ‘대사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도록 해외로 보내는 가장 정직한 사람이다’ 라는 말은 맞지 않다. 실제로 외교관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국가간 관계 역시 신뢰의 문제, 정직이 바탕이기 때문이다. 자존감과 균형감각도 중요한 덕목이다. 요즘 인터넷 시대에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균형을 지킬 수 있는 균형감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을 해야 하느냐’의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와 제2외국어이다. 특히 국제기구에 근무하려는 사람들은 프랑스어와 같은 제2외국어가 중요하다. 또한 글쓰기 능력을 장려한다. 소통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독서도 중요하다.
아울러 외교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복잡한 일을 우선순위를 정하여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므로 기본 실력을 키워야 한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면?
나는 유엔전문기구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동안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대학생 청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청소년과 젊은이에게서 국제기구에 대한 꿈과 열망을 보았다.
그러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 역시 평탄한 삶은 아니다. 지구촌이 당면한 여러 빈곤, 테러, 분쟁, 난민, 인권, 기후변화, 질병 등 개인이나 국가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의 중심에서 일을 한다. 돈과 명예가 아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한다는 뚜렷한 꿈, 목표,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이러한 가치관과 마음가짐 없이 국제기구에 도전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지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제기구 진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전공했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있느냐이다. 그만큼 전문성과 경력이 중요하다. 탁월한 영어능력 또한 필수다. 뛰어난 영어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국제기구에 진출하기도 어렵고 설사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또한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국제기구는 주로 팀 단위로 일을 한다. 다양한 국적, 언어, 인종,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려면 원활한 소통과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