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은 시대정신이다
제160차 KOIMA 리더스 포럼
동반성장은 시대정신이다
정운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 전 국무총리
KOIMA위원회 위원장
한국 경제 현황 및 문제점
한국은 현재 인구가 5천만 명이 넘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가 넘는 세계 7개 국가 중 하나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또한 2021년 7월, 유연무역개발회의(UNCTD)는 한국의 국제 지위를 개발도상국 회원인 그룹A에서 선진국 회원인 그룹B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세가지를 꼽자면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 도전정신, 공동체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천연자원도. 축적된 자본도 없는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고, 양질의 노동력을 위해 교육에 국가 역량을 집중했다. 또한 수많은 한국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일제 강점기와 6,25사변을 거치며 피배주의가 만연 했던 한국 사회는 현재의 경제대국으로 격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7년 IMF 구저금융을 불러온 경제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활력이 떨어지며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의 트렌드로 기울어가고 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보면, 10%를 넘은 1960~1970년에 비해 김영삼 정부 이후 장기 평균성장률이 6%(김영삼) 5%(김대중) - 4%(노무현) - 3%(이명박) - 2%(박근혜)로 하락했다. 아울러 소득분배에서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5%를, 그리고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47%를 자 지한 정도로 불균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어두운 현실이다. 그 뿐만 아니라 대기업, 특히 4대 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다시 말해서 경제력 집중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크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살펴보자. 한국경제는 '재벌 중심•수출 주도'의 '선 성장•후 분배'가 정책의 기본전략이었다. 수출 및 중화학공업과 같은 특정 부문을 선도 부문으로 먼저 육성하고, 그 성과가 경제 전체에 파급되기를 기대하는 이른바 낙수효과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성장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지상 목표였고, 분배와 형평은 부차적 고려사항이었다. 불균형 성장의 결과로 소수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가 고착되었고 국민 대다수의 고용과 소득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수직적 관계 속에 불공정 거래를 감수해야 하는 위치로 전락했다. 기업의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와 성장의 부진을 가져왔다. 수출 대기업의 훌륭한 성과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난 4반세기 동안 급속히 진행된 세계 경제의 개방화와 정보화 그리고 한국 사회 특유의 갑을관계 문화로 인해 국내 산업간 연관관계가 단절되었고, 그 결과 수출과 내수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고용과 소득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구조화된 경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근본적 해결에는 많은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한국 경제라는 배에 동등한 현실에서 더 이상 실기하면 모두가 공멸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지난 10년 동안 동반성장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가져오는 동시에 경제적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의 불안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본다.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한 동반성장 정책
'동반성장(Shared Growth)'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자'는 사회 철학을 말한다. 인류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 집단. 국가 사이를 '동반자' 관계로 조성하여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도록 운영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동반성장은 참여자 모두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가는 "협력적 경쟁"을 추구한다. 현재와 같은 저성장과 잠재성장력이 낮아지는 주세가 굳어지는 것을 막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첫걸음은 동반성장 단기 3정책의 실천이다. 이익공유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정부사업의 중소기업 직접 발주가 그것이다. 이 단기 3정책은 한국 경제의 체력 강화는 물론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먼저,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목표한 것보다 높은 이익을 올리면 그것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돌려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 해외진출, 그리고 고용안정을 꾀하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기술 수준이 큰 차이가 없다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여 대기업의 지네발식 확장을 못하도록 막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동시에 대기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조달청을 통해 재화나 서비스를 조달할 때 일정 비울 이상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도록 하여 중소기업이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는 생산능력을 확충시킬 뿐아니라 다른 기업으로부터 자본재를 구매하는 행위이므로 수요증가와 고용 창출 등의 효과가 있다. 중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50년간 지속한 수출 대기업에 편향된 경제정책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성장의 축으로 자리 잡아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동반성장 경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다. 즉,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임금격차를 줄이고. 정부에서 복지를 지원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중소기업 혁신역량 향상, 대기업•중소기업간의 공정거래 정착과 자유로운 경쟁 시장 구축도 중소기업 육성 방안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는 사회와 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의 부정과 부패의 구조를 일소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통해 미래를 이끌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육성하는 데 힘써야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단기•증기•장기 정책을 펼쳐 양적으로는 GS, 질적으로는 경제 불평등을 완화하고 지속적으로 동반성장해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결어
동반성장은 21세기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시대정신 (Zeingeist)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 속에 대기업의 선도적 변화와 중소기업의 자조가 어우러진 삼위일체가 동반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많은 나라에서 '공정한 관찰자' 정신으로 기업간 이익공유를 시행해왔듯이 우리 기업들도 이익공유 등을 통한 동반성장에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다면 한국이 경제적으로 더 도약하고 도덕적으로 성숙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동반성장은 우리 사회를 밝혀줄 희망의 등대이다.
